한 접시에 담긴 스페인: 『Grape, Olive, P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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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된 사랑은 곧 스페인 전역을 누비는 미식의 흐름이 되어버린다. Matt Goulding의 『Grape, Olive, Pig: Deep Travels Through Spain's Food Culture』는 스페인 요리에 대한 내용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음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스페인의 문화를 탐색하는 에세이이자,이 땅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과 풍경,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The best meals don’t come with instructions; they come with stories." – Matt Goulding, Grape, Olive, Pig "가장 훌륭한 식사는 조리법과 함께 오지 않는다. 그 대신 이야기를 품고 있다." – 맷 굴딩, 『포도, 올리브, 돼지』 이 한 문장에 이끌려 책을 펼쳤다. '음식은 이야기다'라는 단순한 진실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이미 이 여정에 동행하고 있다.

물에 잠긴, 시간에 묻힌 도시를 걷다 『쉐도우랜즈(Shadow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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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템즈강이 흐르는 활기를 띤 런던의 모습만이 아니다. 어릴적 즐겨보던 해리포터의 한장면 처럼 호그와트 급행이 달릴 것 같은 기차 창밖 풍경이나, 코츠월드의 초록 언덕을 떠올리게 된다. 매튜 그린(Mattaew Green) 은 지도에서조차 흐릿해진 자취를 찾아 나선다. 『쉐도우랜즈(Shadowlands)』 는 돌무덤처럼 낮게 웅크린 폐허와 해무 속에 잠긴 잔교, 그리고 억새만이 출렁이는 빈 마을을 안내 표지판 삼아 독자를 시간의 가장자리 로 이끈다. “우리가 사라진 거리를 밟을 때, 시간은 발아래에서 미세하게 떨린다.” – 매튜 그린, Shadowlands 책의 첫 장을 넘길 때 느껴지는 섬뜩한 매력은, 여행자로서 내가 늘 찾아다니던 ‘숨은 명소’가 사실은 사라질 운명 에 놓였다는 깨달음에서 왔다. 눈앞에 없는 것을 상상한다는 건, 낯선 나라에서 길을 잃는 것보다 더 깊은 방황임을 체감한다. ‘그림자 지도’를 펼치다 – 책이 건네는 초대장 “Cities may be built from solid stone, but they survive only in memory.” 그린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백 년간 먼지를 뒤집어쓴 지도 위를 걷는 학자이자, 런던 거리 투어를 이끄는 이야기꾼이다. “도시는 단단한 돌 위에 세워지지만, 기억 위에만 남는다” 는 역설을 내세우며, 잃어버린 자리를 ‘실재했던 꿈’으로 되살린다. 페이지를 따라가다 보면 ‘지도 바깥’이라는 표현이 빈번히 등장한다. 나 역시 구글 지도에서 회색으로 남겨진 공백을 확대해 본 경험이 떠올랐다. 그곳엔 도로도 리뷰도 없지만, 상상력이 흘러들 빈틈이 있다. 그린의 초대는 결국 “상상력으로 길을 복원하라”는 주문처럼 느껴졌다.

진짜 여행은 지도에 없다! 모노클이 안내하는 도시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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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클 트래블 가이드 시리즈는 도시 여행에 있어서 기존의 모든 기준을 새롭게 바꾸어 놓고 있다. 새로운 스타일의 가이드북은 관광 명소 리스트를 제공하고 유명 레스토랑의 이름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않고, 전혀 다른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본다. 관광이 목적이 아닌 "발견의 순간"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여행은 유명한 랜드마크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이 아니다. 그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진정한 도시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길 위에서 마주한 시간과 기억, 『The Old Ways: A Journey on 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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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자연, 기억이 교차하는 경로 위에서 사유의 깊이를 탐구하는 과정. 로버트 맥팔레인(Robert Macfarlane) 은 영국 도버의 백악절벽과 스코틀랜드의 이탄 지대를 거쳐, 팔레스타인의 석회암 지형, 티벳의 만년설 봉우리까지 고대의 길을 따라 이동하며 장소가 간직한 시간의 층위를 꿰뚫어본다.   『The Old Ways: A Journey on Foot』 는 이런 과정에서의 걷기 행동이 사유에 대한 매개체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I walked because I was drawn to the past through the press of footsteps -나는 발자국 소리를 통해 과거에 이끌려 걸었다."

Salt, Fat, Acid, Heat 네 가지 맛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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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어쩌면 일상 지도 가이드보다 두꺼운 레시피북이 더 믿음직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사민 노스랏(Samin Nosrat) 의 「Salt, Fat, Acid, Heat」 이 그 대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인 조리법의 모음 보다는 "맛의 작동 원리"를 알려주는데 초점을 맞추며, 읽는 이로 하여금 일본의 해안에서 부터, 멕시코 유카반 반도의 38도가 넘는 '루카스 데갈베스(Lucas de Gálvez)' 시장의 미로같은 골목, 캘리포니아의 햇살 가득한 주방까지 이끕니다. "소금, 지방, 산, 열 이 네가지를 이해하면 주방 어디서든 길을 헤메이지 않을 것이다- 사민 노스랏"

일상 속에서의 작은 모험의 시작 「Microadven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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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후 회색 빌딩 숲을 빠져나와 골목길을 따라 걷다 우연히 길가에 벤치에 앉아 석양이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짧은 즉흥적인 산책이 온 종일 이어진 피로를 거짓말 처럼 씻어 주었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SNS에 올릴 만한 핫한 풍경이 아니면 안되라던지, 휴가 일정이 맞지 않아, 항공권 가격이 비싼데, 이런저런 핑계로 여행을 무기한 연기하곤 한다. 엘러스테어 험프리스(Alastair Humphreys)는 「마이크로어드벤쳐 (Microadventures)」에서 모험이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을 해석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사라진 제국 소비에트의 그림자 「임페리움(Impe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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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이어 두번째 소개하는 카푸친스키의 책 「임페리움(Imperium)」. 여섯 개의 시간대를 관통하며 6만킬로미터 이상의 대지를 온몸으로 통과한 긴 여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모스크바의 흑연빛 겨울 공기와 투르크메니스탄 카라쿰 사막의 열풍, 콜리마 강 얼음 위를 가로지르는 극지의 칼바람까지 "나는 다만 걷고, 보고, 기록한다. 제국은 거대한 바다와 같아 한 줌도 손에 쥐기 어렵다" 이 문장을 남겼을때 그는 모든 여정을 끝낸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