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의 작은 모험의 시작 「Microadventures」

 퇴근 후 회색 빌딩 숲을 빠져나와 골목길을 따라 걷다 우연히 길가에 벤치에 앉아 석양이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짧은 즉흥적인 산책이 온 종일 이어진 피로를 거짓말 처럼 씻어 주었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SNS에 올릴 만한 핫한 풍경이 아니면 안되라던지, 휴가 일정이 맞지 않아, 항공권 가격이 비싼데, 이런저런 핑계로 여행을 무기한 연기하곤 한다.

일상 속에서의 작은 모험의 시작 마이크로어드벤쳐

엘러스테어 험프리스(Alastair Humphreys)는 「마이크로어드벤쳐 (Microadventures)」에서 모험이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을 해석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왜 '지금' 모험을 말하는가

그가  강조하는 모험은 거리나 예산에서 벗어나 태도에서 시작된다. 펜데믹이 길게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반복되는 화상 회의를 넘기며 지루함을 호소하던, 이런 무력감에서 비롯되어 새로운 자극을 갈구하게 된다. 마이크로 어드벤처는 그 공백을 채우는 해방구같은 책이다. 하루를 온전히 쓰는 대신, 퇴근 후 몇시간, 주말 하루만으로도 비일상의 짜릿함을 맛보게 한다. 한 걸음만 내디뎌도 달라지는 시야와 그 변화가 삶을 전환시킨다.

"Adventure is everywhere, every day. You just have to decide to look for it"
모험은 어디에나 있고, 매일 존재한다. 당신은 단지 그것을 찾기로 결심하기만 하면 된다.

마이크로어드벤처의 의미

저자가 창안한 마이크로어드벤처는 '가깝고, 짧고, 저렴하면서도 강렬한' 탈출은 의미한다. 거대한 탐험을 축소판으로 옮겨 담아도 핵심 가치인 새로운과 불확실성, 학습, 흥분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개념은 자전거 세계 일주 같이 대여정을 경험한 뒤라도, 집 근처 캠핑장에서의 하룻밤이 가져다주는 전율이 결코 작지 않음을 그의 삶으로 증명하며 보여준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오늘 밤'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도전을 제공해서, 탐험을 가로막는 장벽이 지리적인 거리가 아닌 심리적 관성임을 깨닫게 하고 있다.

"Great adventures are made of the same ingredients as small ones - curiosity and a willingness to begin" 위대한 모험이든 작은 모험이든, 그것을 이루는 재료는 같다 - 호기심과 시작하려는 의지다"

극한의 도전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

저자는 자전거로 46,000마일을 달리며 60여개국을 넘나들었다. 사하라 사막에서는 6개의 마라톤을 완주 했고, 노를 저어 대서양을 건넜다. 이런 극한의 도전을 성공한것 보다 그가 가장 값지게 회고 하는 순간은 따로 있다. 

런던 외곽 고속도로 M25를 120마일 도보로 순환하며 밤하늘을 보았던 경험으로 꼽는다. 화려한 난이도 보다 낯섦과 단순함이야말로 모험의 본질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 한다. 별빛 아래서 맞이한 새벽이 오성급 호텔보다 깊은 만족을 주었다고 단언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하늘을 벗어나 칠흑 같은 별들이 수놓는 하늘을 올려다본 때가 언제일까?' 그 순간이 오래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모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The wildest journeys often begin with the smallest steps." 가장 거친 여정도 가장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현실의 장벽을 허무는 방법로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많은 이들의 여행,모험을 가로막는 요소는 시간, 비용, 두려움으로 꼽을 수 있다. 그는 이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시간 부족은 '5-to-9' 모델로 돌파한다. 퇴근 후 언덕을 오르고, 별 아래서 자고, 일출과 함께 하산해도 오전 9시 회의에 늦지않는다는 것이다.

비용 문제는 장비의 미니멀리즘으로 대응한다. "The less you carry, the more you feel"이라며 경량 침낭, 비박용 백, 헤드램프 정도 충분하다고 보증한다.

두려움은 정보와 동행으로 극복된다고 한다. 지도 앱의 오프라인 모드의 사용과, 미니 응급키트, 거기에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심리적인 안정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무엇보다도 'Leave No Trace' 윤리를 지킬 것을 말하며 자연이 가져다 준 감동을 보답하는 유일한 방법도 제시한다.

"Leave work in a suit, arrive at work smelling of woodsmoke"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가, 나무 연기 냄새를 풍기며 다시 출근하라

배낭 하나에 담는 '10가지 필수품'

저자가 권하는 기본킷은 25리터 정도의 데이팩구성으로 총 무게가 5킬로그램을 넘지 않게 구성했다. 

경량 침낭, 비박 백이나 초소형 텐트, 헤드램프와 예비 배터리, 휴대용 정수 플라스크, 트레일 믹스나 말린 과일 같은 고열량 식량, 보조 배터리가 내장된 케이스, 포켓 나이프, 스마트폰, 응급키트, 쓰레기 봉투

그가 말하는 건 장비보다 경험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짐이 가벼울수록 발걸음은 가뿐해지고, 감각은 예리해진다. '배낭의 무게가 줄어들수록 마음은 더 멀리 비상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한다.

"Pack light, Feel heavy with wonder" 가볍게 짐을 꾸려라. 그러면 경이로움으로 마음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모험을 습관으로 '30일 챌린지' 

일회성 도전으로 끝나면 모험의 효과도 일시적이라한다. 저자는 모험을 루틴에 녹여야 삶이 구조적으로 변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30-Day Microadventure Challenge는 '주 1회 2시간 야외활동 + 월 1회 1박'이라는 규칙을 설계했다. 그러면서 일정표를 프린트해 냉장고에 붙이고 달성여부를 눈으로 확인 하면 동기 부여를 강조한다.

난이도를 조금씩 높이며 '모험근육'이라는 것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30일이 지나면 몸은 자연 속 리듬에 더 민감해지고, 두려움은 기대감으로 대체된다고 말하고 있다.

"Make adventure a habit, not a hashtag" 모험을 해시태그에서 습관으로 만들어라


고정관념을 깨는 행동지침서

책을 덮은 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나도 당장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더 이상 모험이 삶의 틈새에 억지로 끼워 넣어야 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었던 것이다. 삶과 생활의 리듬 안에서 존재하는 일부였다.

준비가 되어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은 내려 놓는 순간, 집 앞 공원의 산책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 온다. 책은 읽는이로  하여금 무언가를 '계획하는 자'에서 '행동하는 자'로 바꾸는 오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가볍게, 짧게, 그러나 깊게 첫 걸음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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