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세계사』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 한 권의 책

수많은 여행지를 걸어 다니며 느꼈던 곳 중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는 실크로드, 그 곳을 담은 피터 프랭코판(Peter Frankopan)<실크로드 세계사(The Silk Roads : A New History of the World)>. 단순한 여행기나 학문적 서적이 아닌, 여행길에서 만난 생생한 역사와 문화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준 동반자 같은 책이다.

<실크로드 세계사>,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 한 권의 책


왜 실크로드인가? 역사 여행의 시작점

처음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기존의 서구 중심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사를 바라볼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실제로 실크로드는 19세기 말,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이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와 인도로 이어지는 교역로를 연구하던 중에 착안한 단어에서 시작되었다. 다분히 오리엔탈리즘 적인 단어일 수 있다. 이에 피터 프랭코판은 실크로드라는 중앙아시아의 고대 무역로를 단순한 길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심장이자 생명의 통로로 재해석한다.

실크로드는 단순한 교역로와 유적지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쉬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실크로드 위의 고대 도시들의 부흥과 쇠퇴, 여러 문화와 종교가 교차했던 그 길을 직접 걸어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 생생한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중국의 돈황도 우루무치, 중앙아시아의 부하라와 히바의 골목들을 걸었을 때처럼 말이다.

역사라는 큰 지도

2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실크로드 세계사는 각 장마다 "The Road to..."라는 제목 아래 다양한 역사정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책의 구성 자체가 마치 실크로드를 따라 펼쳐진 길들을 하나하나 탐험하는 여행 가이드와 같이 느껴진다. 서구 중심의 역사관에서 중동과 중앙아시아가 변방이 아니라 세계사의 중심에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중국의 제지술이 8세기 무렵 고구려의 장군 고선지가 이끈 탈라스 전투로 말미암아 사마르칸트를 거쳐 유럽에 전파된 이야기와, 종이 전파로 인하여 압바스 칼리프국의 '지혜의 집(Bayt al-Hikma)에서 이루어진 그리스 철학 번역 운동이 서구 르네상스의 밑거름이 된 사실이 자세하게 소개된 것이다.

"The Creation of the Silk Road(실크로드의 탄생)"에서는 이 지역이 문명의 요람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하며, 방문했던 고대 유적지들과 맞닿아 있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은 '이 길을 따라 직접 여행 한다면 얼마나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라는 기대감이 들게 하는 주제들이 모아져 있다.

역사와 여행, 그 사이의 감동

또한 실제 여행을 게획하는 이들에게는 단순히 읽을거리를 넘어 현장을 방문할 때 느낄 수 있는 역사적 깊이를 더해 준다. 중국의 시안,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여러 도시들은 책에서 소개하는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장소들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살아있는 박물관인 것이다.

The Road of Faiths(신앙의 길) 챕터는 불교, 이슬람,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파되었는지,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듯하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돈황의 고대 유적이나 우즈베키스타의 장엄한 건축물들에 대한 묘사는 책 속의 한 장면을 그대로 눈앞에서 재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묘사들은 지금까지도 피터 프랭코판의 책이 마음 속 한자리에 환영처럼 자리잡게 된 인상적인 장면들 중 하나다. 모래바람 맞으며 고대 불교 사원의 잔해를 바라보면, 그 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인류의 영원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국제정서와의 연결점

책에는 현대의 국제 정세와 연결되는 역사적 통찰을 제공하는 부분들도 나타나있다. 작가는 근현대사의 내용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실크로드가 가진 현재의 의미를 강조한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나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역사적 맥락을 반드시 참고해봐야 할 것이다.

The Road of Gold(황금의 길), The Slave Road(노예의 길) 챕터에서는 경제와 사회의 어두운 면까지도 포용하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깊이를 선사한다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의 세계를 재해석하는 중요한 지침서로의 역할을 말해주는 것이다.

Follow the money

이 책은 여행지에서 경험 남기기 여행이나 단순히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여행을 넘어, 그 곳의 문화와 역사를 내 아카이브에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실크로드 세계사>는 이런 성향을 가진 여행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Follow the money"라는 라이트모티프 또한 단순히 경제 흐름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적 진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크로드로의 여행을 준비한다면!

웹이나 여행정보에서 얻는 정보도 중요하다. 하지만 책으로 읽어보는 역사적 배경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제대로된 역사를 온전히 느끼게 해준다.

중국 시안부터,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그리고 튀르키예의 이스탄불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 경로는 잊지 못할 상상력의 경험을 선사한다. 실크로드에서 만나게 되는 전통 음식과 시장들, 축제들로 그 곳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인물이나 사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 장기간의 시간과 공간의 연결성을 추적함으로, 더욱 차별적인 내용으로 단단히 무장한 이 책을, 단순한 여행이 아닌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여행자꼐 한 번 쯤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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