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심장박동을 듣다. 『The Heartbeat of Trees』가 알려준 감성 트래블

숲이란 어떤 의미인가? 어떤 이들에게는 일상에서 벗어난 쉼터이자, 다른 이들에게는 깊은 자기 탐색의 공간일 수도 있다.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의 책 『나무의 심장박동 (The Heartbeat of Trees』를 읽게 된다면, 숲은 단순히 걷거나 쉬는 장소를 초월하여 인간으로 잊고 지낸 기억과 치유의 공간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나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존재" 

나무, 살아 숨 쉬는 여행의 동반자

페터 볼레벤은 나무가 매일 밤낮으로 가지를 움직이며 심지어 3~4시간 주기로 규칙적인 패턴의 움직임, 일종의 '심장박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실을 접하게 되는 순간, 숲길 속 나무들은 더 이상 정적인 풍경이 아닌 숨을 쉬고 살아 움직이는 여행의 동반자로 느껴지게 된다

볼레벤은 나무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나무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심장박동과도 같은 리듬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이 문장을 기억하고 숲을 방문해보자, 나무와의 깊은 교감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모든 감각을 깨우다-숲 속 감각여행

여행이란 결국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풀잎 사이로 스치는 촉감을 느끼며, 흙냄새와 나무향기를 맡고, 때로는 산딸기 같은 야생의 맛을 느끼는 순간들...

책의 초반부에서 볼레벤은 인간의 감각과 숲의 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숲을 걸으며 우리가 맡는 나무의 향기와 발밑에서 느껴지는 나뭇잎의 감촉, 귓가를 간지럽히는 새소리까지, 우리의 모든 감각이 숲이라는 공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깨닫게 한다.

"우리가 자연에서 감각을 사용하는 방식은
바로 우리 선조들이 자연과 맺었던
깊은 연결의 연장선이다."

생명의 리듬을 가진 존재 '나무'

볼레벤은 과학자들이 22종의 나무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한다. 나무들이 낮과 밤에 따라 움직일 뿐 아니라 몇 시간 주기로 나뭇가지가 규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는 마치 나무가 자신의 체내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펌핑 작용, '심장박동'의 펌프질 같은 역할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생명의 리듬은 나무가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처럼 리듬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나무는 매 순간 생존을 위해 몸을 조율하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살아있는 심작박동이 있다."

나무의 특이점에 대한 발견은 숲은 찾는 이들에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각기 다른 생명 주기를 가진 존재임을 알려주고 있다.

감각기관을 가진 존재

나무가 인간처럼 오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는 단순한 생리적 반응을 넘어, 주변 환경에 대한 인지와 반응의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빛의 방향과 수분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고, 나뭇잎은 카메라의 렌즈처럼 빛을 추적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한다.
"나무는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는다
그들은 보는 법을 알고, 듣는 법을 배우며,
느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와 묘사는, 생각없이 지나치던 나무가 인간과 교감할 준비가 되어있는 모습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치유의 분자 - 파이톤시드

볼레벤은 침엽수에서 방출되는 천연 화합물인 '파이톤시드(phytoncide)'에 주목하고 있다. 이 물질은 식물이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천연항생제라고 한다. 인간에게는 염증완화나 면역력 증진, 스트레스 감소 등의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실제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숲에서 지내게 하는 시간을 처방한다고 한다.

"파이톤시드는 자연이 우리에게 내미는 치유의 손길이다.
그 향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우리의 몸은 스스로 회복하기 시작한다."

단지 '숲이 좋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 왜 좋은지를 과학적으로 이해해보면, 더 적극적으로 자연 속으로 가야 할 이유를 가지게 될 것이다.

숲 속 소통의 비밀

놀랍게도 나무가 서로 소통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앤트들처럼은 아니지만, 나무는 땅속으로 연결된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영양분을 교환하고, 위험을 서로에게 알리며, 심지어 주변 나무와 경쟁하거나 협력한다. 여행자는 숲에서 나무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 나무들 간의 보이지 않는 대화 속에 둘러싸여 있다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무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 받는다.
숲은 조용한 곳이 아니라,
끊임없이 속삭이는 장소다."

숲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 문장을 떠올리며 나무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앤트어와 같은 나무들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시 여행 속 발견한 나무의 가치

이 책은 단지 숲속에서만 의미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 속 여행 속에도 나무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도심 속에서 다양한 수 종의 나무가 어우러져 치유와 힐링의 공간이 되는 센트럴파크나 서울숲이 이런 역할이 아닐까 싶다. 볼레벤은 도시 환경에서도 나무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공기를 정화하고 온도를 낮춰주는 중요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도시의 나무는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숨겨진 영웅이다."

숲에서 찾는 치유

일본의 '신린요쿠(숲 목욕)'문화를 예로 들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일본 산림청이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공식적으로 도입한 개념으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웰빙을 위한 자연요법으로 확산되었다. 볼레벤이 말하는 자연 속에 머문다는 것은 혈압과 스트레스 감소, 면역력 향상 등 여러가지 건강의 이로움을 가져온다고 전한다.
"자연과의 접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행위다."

 

환경 보존은 인간의 책임

마지막에서 볼레벤은 자연을 보호하는 일이 결국 인간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한다. 여행자는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떠나지만, 자연을 보호하는 책임 또한 동시에 지게 되는 것이다.
"나무를 보호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며,우리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숲과 나무를 재정의 하다 

『The Heartbeat of Trees』는 숲과, 나무, 그리고 여행자의 관계를 완전히 재정의 하는 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감각적인 여정을 준비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공항 대기 시간이나 기차 안, 버스 안에서 이 책의 한 장을 떠올리면, 숲과 나무가 전혀 다른 존재로 다가 올 것이다. 숲 속을 향하는 길 위에 있다면, 나무가 가진 심장박동을 느끼며 자연과 진정한 연결을 맺어보는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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