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고요한 낙원의 길목에서: 『The Snow Leopard』를 걷다

세상에는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여정이 존재한다. 목적은 있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으며, 걸을수록 오히려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은 길. 『The Snow Leopard』는 그런 길의 기록이다. 피터 매티슨이 1973년, 히말라야 돌포 지역으로 떠난 이 여정은 눈표범을 찾기 위한 자연생물 탐사였지만, 내면에 담겨 있는 것은 죽은 아내와의 이별, 자아의 혼란, 그리고 삶의 본질을 붙잡기 위한 길고 고요한 그만의 내면 여행이다.

“There are no such things as answers, just the search.”

히말라야, 고요한 낙원의 길목에서: 『The Snow Leopard』를 걷다

 

무게 없는 발걸음, 무거운 마음

히말라야 산자락에 닿기 전, 매티슨은 이미 많은 것을 잃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감정의 마비, 그리고 문명으로부터의 소외감은 그를 산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산이 내미는 손은 의외로 부드럽다. 그는 이렇게 쓴다.

“In this high air, I lose my breath and find my heart.”

높은 고도에서 숨은 가빠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맑아졌다. 그는 눈부시게 펼쳐지는 설경과 묵직한 바위, 그리고 푸르스름한 하늘의 틈새에서 ‘존재’ 그 자체를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히말라야는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풍성하다.

눈표범은 환영인가, 실재인가

책의 중심은 여전히 한 마리 동물에 있다. 눈표범. 매티슨에게 그것은 동물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다. 선불교의 무위(無爲)처럼, 잡을 수 없기에 존재의 진실에 더 가깝다. 그는 눈표범을 보았을까? 독자들은 결국 알게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과정”이다.

“The search for the snow leopard is like Zen: you must let go to see.”

눈표범은, 부재 속의 존재다. 그것은 불현듯 나타날 수도 있고, 평생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티슨은 그 기다림의 공백에서 내면을 응시한다. 그건 자기를 들여다보는, 조용한 명상의 시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산은 인간을 바라보지 않는다

히말라야의 침묵은 어떤 환대를 담고 있지 않다. 매티슨은 거기서 위안을 받지만, 그것은 자연의 의도라기보다는 인간의 투사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바위가 무너지는 일들은 그저 일어나는 일들이다.

“The secret of the mountain is that it does not care.”

이 냉담함은 오히려 정직하다. 인간은 의미를 찾고, 감정을 투영하고, 존재의 이유를 물으며 떠돌지만, 산은 그저 거기 있을 뿐이다. 매티슨은 이러한 무심함 속에서 오히려 진실한 평안을 얻는다. 그것은 관계가 아닌, 공존의 차원이다.

동행, 타인의 거울

여정에는 조지 셸러라는 동물이학자가 함께한다. 그러나 이들의 시선은 다르다. 셸러는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학자의 눈으로 자연을 본다면, 매티슨은 자연과 자신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존재로서 산에 들어선다. 흥미로운 것은 그 차이에서 오는 긴장이나 충돌이 아니라, 조용한 교감이다.

마을의 사람들과의 만남, 안내인과의 소소한 대화 속에서도 매티슨은 ‘타인의 삶’에서 자신을 비춰본다. 그들은 척박한 삶을 살지만, 도리어 마음은 가볍다. 이질적인 삶의 방식을 통해 그는 ‘서구적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선(禪), 멈춤으로 걷기

매티슨은 명백히 불교적 세계관, 그 중에서도 선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그는 번뇌를 내려놓고, 욕망에서 물러서며, 오히려 ‘비움’을 통해 충만함에 이르는 길을 찾는다.

“Only in the stillness does the leopard appear.”

그는 이 말을 여러 방식으로 반복하며 강조한다. 움직임은 마음이 향하는 바를 쫓는 욕망의 발현이고, 고요함은 그 욕망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의 문이다. 눈앞의 풍경보다 마음속 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순간, 그는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하나의 명상, 하나의 수행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책에는 이런 깨달음의 흐름을 따라가는 여정으로, 육체의 여정이자 정신의 침묵이 응축되어 있는 길다란 좌선기에 가깝다고 하겠다.

산속에서의 매일은 단순하다. 걷고, 멈추고, 바라보고, 사유한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서 그는 수많은 층위의 감정을 경험하고, 그것을 천천히 정리해 나간다.

사라지는 풍경과 사라지지 않는 울림

책이 더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궁극적인 것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문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매티슨이 묘사한 히말라야의 순결한 모습은 이제 기후 변화와 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 또한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To glimpse one’s own nature is to glimpse the world.”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야말로,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깨달음.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바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길 위의 침묵속에 건네는 인사

어떤 이에게는 책은 지루한 산행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다르게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어느 날,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졌다면—혹은 삶의 방향이 흐릿하게 느껴졌다면—함께 하고 싶은 내용일 것이다

그 길의 끝에 눈표범이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그 길을 당신이 걷는다는 사실이다. 피터 매티슨은 그 길 위에서 이렇게 말한다:

“It is not important to see the snow leopard, but to know that it is there.”

그것은 어쩌면 사랑, 평화, 혹은 자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그 가능성의 산자락을 걷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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