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자유의 꿈, 『야생으로(Into the Wild)』
여행의 여정 길 에서 자유를 찾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 자유가 때로는 위험한 환상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존 크라카우어(Jon Krakauer)의 책 『야생으로(Into the Wild)』에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알래스카 황야에서 숨진 한 젊은이의 비극적인 모험담과 사람들에게 자유와 행복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여행을 떠난 청년, 크리스 맥캔들리스
책 속 이야기의 중심에는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에모리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길 위에 오르게 된다. 가족과의 연락을 끊고, 자신의 대학 기금 24,500달러를 옥스팜에 기부한 그의 선택은 충격적이다. 단지 문명을 떠나 "진정성(authenticity)"을 찾으려는 사람이었다. 맥캔들리스는 자신의 이름조차 버리고 여행 중 자신을 '알렉산더 슈퍼트램프(Alexander Supertramp)'라 고치고 새로운 자아를 구축하려 했다.
"인생의 기쁨은 새로운 경험에서 나온다. 따라서 끝없이 변화하는 지평을 가지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노트에 적힌 그의 말은 여정을 꿰뚫고 있는 그만의 철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여행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고 만다.
알래스카에서의 마지막 여정길
1992년 봄, 그는 최소한의 준비를 갖추고 알래스카의 스탬피드 트레일(Stampede Trail)로 들어섰다. 고작 10파운드 남짓의 쌀과 소총, 몇가지 책, 그리고 그의 무한한 용기뿐이었다. 113일 동안 그는 야생의 혹독함 속에서 생존했으나, 식량 부족과 독성 식물의 섭취로 인해 결국 사망하게 된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 그는 일기를 남긴다.
"행복은 함께 나눌 때만 진짜다(Happiness only real when shared)."
그가 죽음을 앞두고 깨달은 한 줄의 문구는 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로 남게된다.
복합적인 내러티브가 담긴 여정
『야생으로』는 연대기적인 서술을 넘어서 저자 크라카우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이 섬세하게 녹아든 작품이다. 크라카우어는 스스로를 "맥캔들리스의 공정한 전기 작가가 아니다"라고 하며, 자신의 젊은 시절과 맥캔들리스의 여정을 병치하여 그 공감을 더욱 진하게 이끌어 나간다.
크라카우어는 20대 시절 알래스카의 데빌스 썸(Devils Thumb)이라는 악명높은 북벽을 단독으로 등반했던 경험을 자세히 풀어놓는다. 고립된 상황 속에서의 두려움과 실패 가능성,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치열한 싸움은 크리스가 겪었던 감정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단지 작가로서의 공감이 아닌, 인간적인 연대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또한 크리스의 가족과 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크리스가 왜 그토록 극단적인 여정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인터뷰를 통해서 크리스의 내면적 갈등과 가족과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여러 측면을 마주하게 된다.
자유와 방랑, 그리고 숨겨진 위험
자유를 추구하는 여행자들에게 이 책은 경고와 동시에 영감을 주고 있다. 크리스의 여행은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현실적인 위험과 준비 부족의 대가를 여지없이 치르게 된다. 저자는 크리스의 선택을 오만과 무지로 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소개하면서, 동시에 젊은이의 용기와 결단력에도 경의를 표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무자비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메시지는 여행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알래스카의 황야는 장대한 설산과 울창한 침엽수림, 얼어붙은 강과 늪지로 이루어진 신비로운 공이다. 그런 동시에 극심한 추위와 고립, 예측 불가한 날씨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냉혹한 공간인 인 것이다. 이 공간에서의 하루하루는 낮과 밤의 경계조차 모호할 만큼 외롭고 길뿐 아니라, 극단적인 생존 환경은 인간의 자만을 처참하게 무너뜨린다. 여행이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준비되지 않았다면 자칫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행자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
크리스가 추구 했던 것은 현대사회의 물질주의에서 벗어난 순수한 삶이었다. 애석하게도 그 순수함은 고립이 아니라 연결을 통해 완성된다는 그의 마지막 깨달음은 책이 주는 강력한 울림이다.
책은 이렇게 묻고 있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문명을 떠나는 것이 자유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인간적 유대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실사화된 영화와의 비교
2007년 숀팬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이 책은 에밀 허시(Emile Hirsch)가 주연을 맡아 크리스 맥캔들리스의 여정을 보여준다. 원작의 감정적 깊이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 영화라고 평가받고 있다.
영화는 알래스카의 광활한 자연을 스펙터클한 영상미로 담아내어 관객에게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크리스가 느꼈을 외로움과 자유를 감각적으로 재현해 내었다.
책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서사의 접근방식이 달랐다는 것이다. 책에는 저널리즘적인 구조와 저자의 사적 고백이나 유사 사례, 인터뷰등을 통해 크리스의 삶을 복합적으로 해석하려한다. 반면 영화에서는 보다 서사적이고 감성에 집중된 흐름으로 전개되어, 그의 내면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사람들과의 교류와 음악, 침묵의 순간을 통해 고립과 연결의 테마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자 한다.
Into the Wild의 메시지
저자 크라카우어는 크리스의 삶과 선택이 지니는 보편적 의미를 조명하면서 비극적인 죽음을 묘사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읽는이에게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크리스의 삶을 통해 인간이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주인공을 객관적을 관찰하는 방법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깊이 투영 시키고 있다. 자유와 진정성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단순한 어리석은 청년이 아닌 매력적인 인물로 주인공을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나면 크리스의 마지막 깨달음 처럼, 진정한 행복은 결국 다른 이들과 나눌 때 완성된다는 것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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