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 있는 프랑스 미식여행, Peter Mayle의 『French Lessons』

프랑스 음식 문화의 매력을 느껴본 적 있는가? 와인 한 모금에 향긋한 치즈 조각을 곁들이며, 왠지 모를 낭만과 여유를 만끽해보고 싶었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영국 출신의 작가 Peter Mayle의  『French Lessons: Adventures with Knife, Fork, and Corkscrew』는 상상을 한 층 더 부추기고, 가끔은 현실로 만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생동감 있는 프랑스 미식여행, Peter Mayle의 『French Lessons』

기존의 서평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소개해고자 한다. 혹시 프랑스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잠시 머릿속으로 매혹적인 프랑스 미식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프로방스에서 시작된 글

일찍이 광고계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해온 저자 Peter Mayle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위해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 결과, 프로방스의 일상을 담은 『A Year in Provence』가 베스트셀러로 처음 등극했다. 이후에도 그는 프랑스의 음식과 사람, 문화 등을 여러 책을 통해 풀어냈다. 『French Lessons』는 2001년 5월 출간되어 프로방스 지역뿐 아니라 프랑스 전역을 무대로 해서 음식축제와 미식문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축제 속으로 뛰어들다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유명 레스토랑과 미슐렝 별에만 집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Peter Mayle은 파리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프랑스 전역 곳곳에서 열리는 음식 축제 현장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달팽이를 메인 식재료로 쓰는 Foire aux Escargots, 그리고 개구리 다리를 잔뜩 즐기는 '개구리 다리축제' 등... 그는 축제가 열리는 작은 마을의 골목길을 누비며, 달팽이나 개구리 다리만큼이나 독특한 프랑스인들의 열정과 삶의 태도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Marathon du Médoc에 대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도 있다. 

"Gatorade 대신 Cháteau Lafite-Rothschild를 마시면 달리게 된다."

마라톤에서 이 같은 농담은 사실로 실제로 벌어진다. 프랑스 한 지역에서는 우승자에게 자신의 체중만큼의 와인을 상으로 주는 엉뚱하고도 우아한 풍습이 전해지는데, 프랑스인들의 음식과 와인 사랑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프랑스인들이 음식을 어떻게 바라보고, 문화적으로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만들고 있다.

점심 식사는 서두르지 않고 즐기는 것

책 곳곳에는 인상적인 구절이 담겨져 있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시골 레스토랑에서 일요일 점심식사를 묘사한 부분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점식 식사는 모든 좋은 점심이 그래야 하듯이 서두르지 않고 진행됩니다. 사람들은 일요일에 더 천천히 먹고,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와인을 마십니다. 그들은 시계를 보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느긋한 프랑스 시골 식당에 앉아 차분히 음식을 맛보고픈 충동이 들게 된다. 한 문장, 한 문단 읽는 이의 감각을 깨우며, 살짝 배고품 까지 유발한다. 일종의 '미각과 후각을 깨우는 책'이 아닐까?

생생한 인물들과 숨은 이야기들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맛보고 평가하는 '음식 평론기'가 아니다. 대신, 그가 찾은 마을과 축제에는 각자 특별한 이야기를 간직한 주민들이 존재하고 있다. 

노르망디의 치츠 축제에서 오랜 전통을 지키기 위해 무지막지한 양의 치즈를 먹어야만 하는 기묘한 행사가 벌어진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그 전통을 이어나가고, 참가자들을 환대하는지를 위트 있게 묘사한다.

Saint-Tropez 근방의 Le Club 55에서는 모여드는 명사들이 "예술적으로 끌어올린 가슴"이나 "의심스럽게 팽팽한 턱선"에 대한 잡담을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를 가리켜 "성형 수술에도 디올과 샤넬이 있다"고 말하며, 이를 눈치채는 프랑스인 특유의 감각에 주목하고 있다. 웃음을 유발하는 일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역문화와 프랑스인의 사고방식이 녹아들어 있음을 묘사한다.

미슐랭 가이드, 요리의 권위

프랑스 요리에서 미슐랭 가이드를 빼놓을 수는 없다. 책에서도 미슐랭가이드가 레스토랑에 미치는영향과 별 포인트를 받기위한 셰프들의 노력과 평가자들의 비밀스러운 심사 과정을 살짝 들춰내고 있다. 

"저명한 미슐랭 평가자들이 어떻게 레스토랑에 잠입하는지" 같은 궁금증은, 짧지만 흥미진진하게 채워지고 있다. 독자라면 이 대목에서 전 세계 미식인들의 로망으로 통하는 미슐랭 별의 무게감을 새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그렇다고 미슐랭 가이드를 추종하거나 신격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명가이드를 맹신하는 것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찾아가 보라'는 은근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음식을 통해 지역 문화를 직접 느끼고, 사람들을 만나보라는 권유와 맞닿아 있다.

식탁에서 발견하는 느림의 미학

『French Lessons』가 단순히 음식 탐방기나 축제 안내서라고 치부할 수 없는 포인트가 있다.
"프랑스 식탁에서 발견하는 삶의 철학"

프랑스인에게 식사는 마치 의식(ritual)과도 같으며, 맛과 멋 그리고 사람 간의 교류를 최대한 만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장면에서 "프랑스인들은 식사 시간이 주는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며, 오랜 시간 몰입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잊고 사는 가치, 즉 '잠시 멈추어서 현재를 즐기기'라는 미덕을 상기시키게 만드는 요소이다. 책을 덮고 나면 '이제부터 하는 식사만큼은 천천히, 조금 더 기분 좋게'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책이 전하는 프랑스 여행

"어디서 무엇을 먹으면 좋다"는 식의 가벼운 정보만 제공한다면 독자들은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French Lessons』는 그 기원과 전통, 그리고 거기에 얽혀있는 사연까지 소개한다.

브레스 닭(bleu footed poulet)에 대한 이야기는 왜 프랑스에서 '자체 라벨을 부여받은 유일한 가금류'인지 알 수 있고, 지역 축제에서 그것을 어떻게 기념하는지도 알게 된다. 이러한 배경지식은 실제 여행 시에 더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낼 것이다.

더욱이 책에서 소개하는 와인, 치즈, 달팽이 등과 같은 다소 낯선 프랑스 음식들을 유쾌한 에피소드로 풀어내기 때문에 음식 초심자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온다.
"누구나 조금씩은 식도락가가 될 수 있다"

프랑스 예찬에만 그치지 않다

균형 잡힌 시선은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다. "프랑스의 과도한 관료주의"나 "현지인 특유의 까다로움"도 가볍게 언급하고 있다. 한 레스토랑의 에피소드에서 셰프나 소믈리에의 자부심이 더 앞서,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솔직하게 보여준다.

오히려 더 현실감 있는 풍경을 제시하는 것이다. "완벽한 낭만의 나라"라기 보다는, "본인들만의 전통과 규칙, 그 안에서의 자부심이 공존하는 나라" 라는 느낌이 더 와 닿게 된다.

삶을 사랑하는 태도

모두 읽고 나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음식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식사를 통해 가족과 친구, 심지어 낯선 사람들과도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데, 그것이 문화 전체에 묻어난다는 사실이다. 

"가끔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자면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는 것은 결국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실제로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미식을 통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문화를 재발견하고 타인과 함께 나누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밥상 앞에서 더 웃고 떠들면 어떨까"하는 의외로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일깨우는 셈이다.

 음식이자 삶을 보여주다

프랑스인들이 음식을 통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즐기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화를 만들어왔는지 예리하지만 정감 어린 시선으로 책은 전하고 있다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사랑스럽게"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French Lessons』는 맛있는 벗이 되어 줄 것이다. 

음식은 맛을 표현되는 동시에 삶에 대한 예찬론이다. 프랑스를 향한 설렘이 꿈틀거리고 있다면 주저없이 펼쳐보길 권한다. 배를 채우는 즐거움을 넘어, 인생을 한층 더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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