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양념, 즈마장와 마라의 비밀
면 덕후의 중국 누들 먹부림 여행기
중면총(中麵總), 중국의 면을 총괄하다
02 단단멘 担担面 탄탄면 2 : 청두
절묘한 양념, 즈마장와 마라의 비밀
1841년 쓰촨성 쯔궁(自贡)이라는 지역에서 한 사나이가 고안해서 청두로 퍼뜨린 게 바로 단단멘이다. 밀가루로 얇고 쫄깃한 면을 뽑아 삶고, 알싸한 고추기름(라유), 얼얼한 화자오 가루, 간장, 흑식초와 함께 참깨 또는 땅콩 소스, 설탕, 마늘, 생강으로 양념을 만들어 뿌리면 뚝딱 완성이다. 고명으로는 다진 고기, 절임 채소, 쪽파, 땅콩, 깨까지 올라가는데, 원래는 국물 없는 비빔면이지만, 요즘은 국물 있는 버전도 등판했다고 한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살짝살짝 변주되는 ‘진화형 국수’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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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 콴자이샹즈 단단멘(탄탄면) 집에서 면을 삶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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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 단단멘(탄탄면) 가게의 준비된 고명들 |
단단멘에 꼭 들어가는 비장의 무기 즈마장(芝麻酱)은 볶은 참깨를 곱게 갈아 참기름과 섞은 중국판 참깨 페스토다. 고소함으로 마라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착한 친구다. 여기에 땅콩 부스러기 까지 더해졌으니, 닥치고 고소함 만렙이다. 요즘은 번거로움 줄이려고 미국에서 탄생한 땅콩버터를 쓰기도 하지만, 어떤 원재료든 단단멘의 맛은 한결같이 ‘고소&매콤’한 폭풍 쓰촨 감성이 담겨 있다.
마라(麻辣)한 맛은 ‘얼얼하고 매운맛’을 의미하지만, 한국의 매운 맛과는 완전 다른 결이다. 마라의 정체는 중국 산초인 화자오(花椒)의 찌릿찌릿 ‘마(麻)’와, 말린 고추의 불같은 ‘라(辣)’의 합성어다. 이 화끈한 쌍콤비가 혀를 얼리고, 정신을 번쩍 깨운다. 쓰촨 음식엔 이 ‘마라한 맛’ 이 핵심이고, 단단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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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의 훠궈 가게의 마라한 맛 원재료들 |
쓰촨은 마라한 맛의 고향이다. 마라한 맛은 마라탕, 마라샹궈, 훠궈, 마파두부, 라즈지(辣子鸡), 단단멘 등 대부분의 쓰촨요리에 들어가는데, 고기와 생선의 잡내를 없애고 풍미를 더하는 데도 진가를 발휘한다. 단단멘도 쓰촨에서 탄생했으니 쓰촨의 핵심인 이 마라한 맛이 들어갔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마라는 이미 한국 패치가 끝난 터라, 순화되어 맛을 부드럽게 폭발시키지만, 쓰촨의 마라한 맛은 한국의 그것보다 몇십 배 센 맛으로, 거의 핵폭탄 급이다. 입안에 불을 지피고, 혀를 얼리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매운맛. 이게 바로 쓰촨표 마라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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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고추와 얼얼한 화자오가 잔뜩 들어간 청두의 훠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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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고추와 얼얼한 화자오가 잔뜩 들어간 청두의 훠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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