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짐꾼의 어깨에서 출발한 단단멘

면 덕후의 중국 누들 먹부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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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단단멘 担担面 탄탄면 1  : 청두

단단한 짐꾼의 어깨에서 출발한 단단멘

19세기 어느 날, 쓰촨(四川)의 면 장사꾼들은 오늘도 단단하게 단련된 어깨에 지게를 지고 출동했다. 이 지게는 긴 장대에 저울처럼 양쪽으로 바구니가 달린 지게다. 한쪽 바구니엔 방금 삶아낸 면발, 다른 쪽엔 온갖 양념과 국수 사발이 포개져 있다. 면 장수들은 골목을 돌아 다니며, 싸고 맛있고 새로운 스타일의 국수를 팔고 있다. “단단멘! 팝니다요~”

단단멘 탄탄멘

여기서 ‘단단(担担)’은 한국어 ‘단단하다’랑 아무 상관도 없다. ‘단단’은 ‘짊어지다’ 또는 ‘어깨에 메다’라는 뜻의 찐 중국어로, 단단멘이란 이름은 ‘반단(扁担)’ 또는 ‘멜대’라고 불리는 지게에서 출발한다. 이름 자체가 면 장수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찐 서민 국수다. 단단멘은 깨소스 또는 땅콩 소스에 비벼 먹는 비빔면 스타일인데, 직역하면 ‘어깨에 지고 파는 국수’라는 뜻이다. 길거리에서 시작한 이 국수가 오늘날 글로벌 미식계의 스타가 될 줄, 옛날 단단멘 아저씨들은 상상도 못 했겠지?


쓰촨성 청두(成都)의 콴자이샹즈(宽窄巷子) 거리는 청나라 시절 골목길로, 지금은 ‘갬성 재개발’에 성공한 문화 지역이다. 300년도 더 된 청나라 고택들이 상점, 카페, 기념품 가게로 세련되게 탈바꿈했는데, 그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게 이 골목의 매력이다. 청두의 진리(锦里) 거리나 핑야오 고성(平遥古城) 처럼 말이다.

콴자이샹즈 거리

지름신 강령하는 화려하고 복닥거리는 콴자이샹즈를 빠져나오면, 분위기 급반전. 골목 어귀에 소박한 단단멘 집이 소박하게 앉아있다. 쓰촨에서 시작한 국수니까, 청두에 왔다면 단단멘은 먹부림 필수 코스다.

가게가 언뜻 작아 보여도, 옆집 벽까지 터서 확장했을 정도니, 맛집 인증은 끝인 것 같다. 늦은 시간인데도 불 켜진 가게 안엔 단단멘 그릇에 코 박고 먹는 손님들이 여럿이다. 나는 콴자이샹즈를 돌며 이미 다른 면으로 배 채운 상태라, 아쉽지만 작은 사이즈를 주문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층층이 레이어가 쌓인 예쁜 단단멘 한 그릇 등장한다.


맨 아래엔 새빨간 고추기름인 라유(辣油)와 깨 소스가 깔리고, 그 위엔 매끈한 면이 살포시, 또 그 위엔 줄기콩 ‘윈또우(芸豆)’가 살짝, 맨 위에는 고소한 땅콩 부스러기가 쉐킷 쉐킷 뿌려져 있다. 보는 순간부터 ‘고소 고소 대폭발’ 예약이다. 젓가락으로 휘적휘적 비비면, 맨 아래 숨은 즈마장과 고기볶음, 라유가 면발과 섞이며 풍미가 폭발한다. 한입 넣는 순간, 깨와 땅콩의 진한 고소함이 혀 위에서 폭죽처럼 팡팡 터지고, 라유의 매운 향이 뒤따라 입안에서 회오리친다. 고소함, 매콤함, 얼얼함이 빵빵 터지는 이 단단멘은 그냥 면 요리가 아니라, 쓰촨의 소울이 담긴 미니 폭탄이다. 약간 심심할 때쯤 꼬들한 윈또우와 간이 잘 밴 고기가 함께 씹혀 식감을 더해준다. 마성의 덫이다. 생각보다 세지 않은 마라 향은 수줍게 숨었고, 고소함이 면이 살짝 슴슴하면서도 알싸한 양념을 감싸 완벽한 궁합을 자랑한다. 결국, 중독성 폭발한 나는 5분 만에 한 그릇 싹 비웠다. 큰걸로 시킬걸... 이 녀석 참, 사람을 홀리는 면이로세. 이게 나의 단단멘 한 줄 평이다.

단단멘 탄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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