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lternative History of Pittsburgh』: 관광객은 모르는 도시의 깊이
여행을 하며 우리가 마주치는 도시는 대부분 표면적인 모습에 그치기 마련이다. 랜드마크, 박물과, 추천음식점...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장소, 그 도시의 거리, 골목마다 스며든 이야기들은 여행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끈다.
에드 사이먼(Ed Simon)의 『An Alternative History of Pittsburgh』는 피츠버그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하는 여행의 동반자를 자처한다.
"이 도시는 저마다의 다른 시간을 품고 있다"
강 너머에서 들여오는 옛 이야기
이 책이 가진 특징은 우리가 알고있는 피츠버그를 단순히 '강철의 도시'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여기지 않는다. 공장 굴뚝, 하늘의 시커먼 연기, 미로 같이 얽힌 파이프로 뒤덮은 스팀펑크의 철강 산업단지를 배제한다. 에드 사이먼은 표면적인 모습에서 한 발짝 더 들어가 1866년 아일랜드 공화군(IRA)이 이곳에 처음 창설된 역사적 사실부터, 원주민들의 전통과 지혜를 되짚어보는 사람과 자연의 공존 문제 등을 폭 넓게 다루고 있다
"바람 한 줄기의 기억까지, 역사가 되는 곳, 여기가 피츠버그다."
알레게니 강, 모농가헬라 강, 오하이오 세 강이 교차하는 피츠버스의 지리적 특성이 지난 수 천년 동안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규정해 왔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우리 알고 있는 도시는 '고정된 공간'으로 인식되는데, 사실 이 공간은 시간을 끌어안고 끊임없이 형태를 달리해 온 것이다. 이 책의 문구 처럼 "바람 한줄기의 기억까지"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역사가 되는 곳이라는 인식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잊힌 목소리, 골목에 되살아나다.
"도시의 골목은 정직한다.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희망과 시름뿐."
빌리 스트레이혼의 피츠버그 시절 이야기는 재즈 팬이 아니어도 감동의 순간을 선사한다. 음악적 베이스가 어떤 과정으로 피츠버그라는 도시 문화와 얽혀 있었는지, 그리고 골목 사이사이에 어떤 멜로디가 가득했는지 알게 된다면, 독자는 피츠버그라는 도시가 단순히 공업도시가 아닌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가진 멋진 도시임을 알게된다.
화려한 외피 뒤에는 '희망과 시름'이 공존하며, 그것이 곧 우리가 놓쳐왔던 진짜 목소리임을.
경이의 방(Wunderkammer)속 기억들
짧고 강렬한 에세이 형태의 구성으로 도시의 '파편'을 제시하는 이 책은 일반적인 가이드북이나 선형적 구성의 역사 서적과는 다르다. 책의 서술방식은 도시를 다각적으로 이해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도시란 본래 무질서하게 축적된 시간과 사건, 그리고 사람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목적은 단 하나, 이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를 거리와 문장 속에서 끌어내는 것이다."
애드 사이먼은 이 책을 말할때, 독일어의 분더캄머(Wunderkammer) 즉, '경이의 방'이라고 칭한다. 책이 이야기하는 여행은 박물관의 진열장처럼 정돈된 것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비밀 서랍을 열어보듯 예상치 못한 사건과 기억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여러 에세이 중 하모니스트(Harmonists)에서는 공동체의 조용하지만 독특한 신념을 전하고 위스키 반란(Whiskey Rebellion)의 격렬함을 그려내고 있다. 다양성과 불연속성은 책이 제시한 '숨겨진 이야기를 끌어내는' 목표와 정확하게 맞물린다.
여행자로서 느끼는 피츠버그
"도시를 읽는다는 것, 그것은 풍경 너머에 깃든 영혼을 느끼는 일"
숨겨진 도시의 역사
애드 사이먼의 문제는 다소 시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과감하다. 도시가 지닌 상징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이런 글은 읽는이에게 자신만의 '피츠버스 지도'를 그려나가게 한다. 보통의 역사책처럼 연대기적 설명을 채택하지만, 때로는 과거와 현재를 뒤섞고, 현실과 신화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전개한다.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은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는 데 있다"
그의 이러한 글전개 방식은 독자에게 능동적인 해석의 기회를 제공한다. "어떻게해서 강들이 도시의 운명을 좌지우지 했을까?", "하필 이곳에 IRA가 시작된 것일까?" 와 같은 다양한 의문과 호기심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불러 일으킨다. 문장에서처럼, 이 도시가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다층적 속성에서 나온다.
여행을 더 깊게 만드는 힘
책은 피츠버그라는 도시를 찾는 이들에게 도시가 '소비'가 아닌 '해석'의 대상임을 제시한다. 인기 관광지와 사진명소만 둘러보는게 아니라, 도시를 있게 한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되짚어보도록 만들고 있다. 이 점이 이 책만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하겠고, 인용구들을 자연스럽게 엮음으로써, 우리에게 또 다른 관점을 선사한다.
"도시는 움직이는 살아 있는 생물이며, 각자의 흔적이 모여 이야기를 만든다."
"책은 그 이야기의 숨은 조각을 맞추는 일에 집중한다."
도시와 사랑에 빠지는 법
"결국 도시란, 그 곳을 살았고, 또 지나쳐간 이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는 서사이다."
누군가에게는 공장과 연기뿐인 낯선 도시지만, 누군가에게는 예술과 역사의 페이지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고 어느 도시에 방문하더라도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관객이 아닌 도시의 또 다른 숨결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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