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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m 단 한 가닥의 면, 천하제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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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덕후의 중국 누들 먹부림 여행기 중면총(中麵總), 중국의 면을 총괄하다 01 뱡뱡멘 棒棒面 뱡뱡면 3  : 시안 3.8m 단 한 가닥의 면, 천하제일면 시안 성벽 안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천하제일면’ 식당까지 걸어서 두 시간을 쏘다닌다.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빼곡한 구시가지를 천천히 거닐다가, 성벽을 지나 신시가지로 접어들면 게임처럼 워프의 문을 지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천하 제일면 가게까지 걸어간 건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골목을 걸으며 시간을 넘나들고, 공간의 변화를 천천히 느끼고 싶었다. 시안의 대안탑 근처의 유명한 ‘천하제일면(天下第一面)’ 식당. 이름도 무슨 근자감인지 ‘하늘 아래 최고의 면’이라는 뜻이다. 빨간색 간판에 큰 흰색 글씨로 ‘천하제일면’이라고 적혀있고, 그 아래에는 영어로 ‘First Noodle Under the Sun’이라고도 쓰여있다. 태양 아래 첫 번째 누들이란다. 주인장의 자신만만함도 글씨만큼 대문짝만한 듯싶다. 도대체 어떤 면이길래, 감당 가능....? 천하제일면 식당이 유명해진 것은 단 한 가닥의 면으로만 만드는 ‘천하제일면’ 메뉴 때문이다. 주문을 하면 세 개의 사발 세트를 가져다준다. 한 사발은 넓적한 면만 가득한 면 사발이고, 두 번째 사발 에는 마라한 향이 풍기는 빨간 국물이 담겨 있으며, 세 번째 사발에는 말갛고 하얀 국물이 담겨 있다. 면은 넓이가 약6cm, 면발 길이가 약 3.8m이다. 한 가닥, 3.8m인 이유는 산시성의 3,800만 주민을 상징 한다고 한다. 뭔가 어거지로 갖다 붙인 것 같은 어그로지만, 어쨌든 한 사발에 담긴 길고 긴 단 한 가닥의 면이 맞다, 길이가 3.8m나 되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면. 3.8m면 두 사람의 키보다 더 긴 길이인데, 진짜 한 가닥인지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들어보니 레알 끝을 못 찾겠다. 갑자기 종업원이 쓰윽 다가와 젓가락으로 내 면발을 짚더니 팔을 길게 들어 한 가닥임을 증명해 보이며 다다다 설명을 시작한다. “봐봐, 진짜 한 ...

유포멘의 면 넓이와 기름 양념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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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덕후의 중국 누들 먹부림 여행기 중면총(中麵總), 중국의 면을 총괄하다 01 뱡뱡멘 棒棒面 뱡뱡면 2  : 시안 유포멘의 면 넓이와 기름 양념의 상관관계 뱡뱡멘은 유포멘(油泼面)에서 파생된 면 요리다. 유포멘은 중국 산시성 시안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면 요리로, 서양인들은 넓은 면발을 보고 ‘벨트(belt) 면’이라 부를 정도로 넓다.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길게 늘이기 때문에 면발의 넓이만 해도 2~3cm는 족히 넘는다. 주인장 마음대로 만들어 넓이가 더 넓은 곳도 많다. 삶은 벨트 면 위에 다진 마늘, 고춧가루, 파, 간장, 흑식초, 소금 등 기본양념을 올리고, 뜨겁게 달군 식용유나 파기름을 지글지글 면에 끼얹으면 완성이다. 유포멘의 ‘유 油 ’는 ‘기름’, ‘포 泼 ’는 ‘끼얹는다’의 뜻으로, 이름부터가 제대로 직관 적이다. 중국 요리들은 이름만으로도 대충 어떤 삘의 요리인지 가늠할수 있을 때가 많다. 식당마다 비법 양념의 비율과 재료는 조금씩 다르지만, 유포멘의 중심 양념은 고추와 마늘, 파 그리고 끼얹는 기름이다. 뜨거운 기름은 향신채의 향은 물론, 감칠맛도 폭발시킨다. 여기에 청경채, 돼지고 기, 양배추 등 다양한 토핑을 선택한다. 넓고 쫄깃한 면을 기름이 코팅 해주니, 넓적하고 쫄깃한 면발이 향신료와 풍미와 함께 부드럽게 입안을 빙글빙글 춤추며 미끄러진다. 이게 바로 유포멘의 매력이다. 기름을 끼얹은 요리 방식은 중국 요리에서 종종 사용되는 요리 기법이지만, 유포멘의 이 조리방식은 면의 넓이와도 관계가 있다. 파스타의 면 종류와 소스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면 쉽다. 고기와 토마토로 오래 끓여 진한 라구소스는 페투치니나 링귀니 같은 넓적한 파스타를 만나야 제맛인 것처럼, 유포멘의 넓은 면에 폭발된 향신채와 기름의 고소함이 넓은 면적에 골고루 붙어서 풍미가 폭발한다. 유포멘은 기원전 221~206년 진나라 시절 수도였던 함양(지금의 시안 인근)과 관련이 깊다고 전해진다. 진나라가 전국시대의 여러 인재를 받아들이던 시기, 함양은 중국 문명의 중심지 ...

이름도, 쓰기도, 발음도 너무너무 괴상한 그 녀석, 뱡뱡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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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덕후의 중국 누들 먹부림 여행기 중면총(中麵總), 중국의 면을 총괄하다 01 뱡뱡멘 棒棒面 뱡뱡면 1  : 시안 이름도, 쓰기도, 발음도 너무너무 괴상한 그 녀석, 뱡뱡멘 시안(西安)이나 산시성(陕西省) 식당을 기웃거리다 보면, 간판에 도저히 읽을 수 없는 복잡한 한자 두 마리에 국수를 뜻하는 ‘면(面)’ 자가 툭, 박혀있는 가게를 발견하게 된다. 중국어를 몰라도 걱정 없다. 괴상하고 복잡한 한자 두 개가 붙어있으면 그 집은 빼박켄트 뱡뱡멘 식당이다. 중국 사람들도 이 한자를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복잡한 이 한자는 무려 57획(62획으로 셀 때도 있음)이나 된다. 그래도 이 괴상한 한자 두 개가 붙어있는 가게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도 좋다. 그 집은 어쩌면, 넓데데한 면발의 기가 막힌 비법 양념을 가진 뱡뱡멘 집일지도 모른다. 메뉴를 못읽어도, 찾을 필요도 없다. 그냥 손가락으로 간판을 가리키면 자동으로 주문 끝이다.  시안은 원래 ‘장안(长安)’이라는 이름을 가진 멋진 고대 도시로, 역사가 3천 년이 넘는다. 장안은 실크로드의 시작점이자 끝점이고, 이 실크로드는 해양 루트를 통해 신라 경주까지 연장되었다. 당나라의 수도이자 중심인 장안성(长安城) 터 위에 네모나게 서 있는 시안 성벽은, 한 면이 2.6km에서 3.4km에 이르는 사각형 구조로, 네 변을 모두 더하면 총길이가 13.7km나 된다. 증축을 반복하다가 명나라 때 다시 쌓은 지금의 시안 성벽 안에는 중국과 유럽으로 오가던 실크로드 대상들과 이국적인 시장으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코끝을 간질이는 향신료 냄새, 지갑을 열게 만드는 비단의 반짝임, 입맛을 자극하는 고기 꼬치 굽는 냄새, 북 소리, 징 소리, 사람 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지는, 세상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핫플’이었다. 사마르칸트에서 온 파란 눈의 상인 아저씨도, 페르시아에서 건너온 이국적인 향수 파는 아가씨도, 인도에서 향신료 잔뜩 싣고 온 수염 난 할아버지도 다 모여있었다. 각양각색,...

'중면총(中麵總), 중국의 면을 총괄하다'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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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덕후의 중국 누들 먹부림 여행기 중면총(中麵總), 중국의 면을 총괄하다 프롤로그 중면총(中麵總), 중국의 면을 총괄하다를 시작하며 역대급 스트레스로 몸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손가락 하나도 들기 힘들어질 만큼 번아웃이 왔다. 아무리 검사를 해도 아픈 이유를 못 찾았는데, 병원에선 빼박 ‘화병’이라고 했다. 퇴사밖엔 살길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회사를 뛰쳐나온 후 한동안은 시체처럼 잤다. 좀 불안했지만, 일단 ‘내일은 없다’ 모드를 장착하기로 했다. ‘지금은 충실히 게을러야 할 시간’이라고. TV와도 매우 친하게 지냈다. 화병의 뜻밖의 치료제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나영석 PD의 <신서유기>를 무한 반복 정주행했고, 이연복 셰프가 중국을 돌며 짜장면을 만드는 <현지에서 먹힐까>나 중화TV의 <주유천하>와,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등을 섭렵했다. 군침을 즬즬 흐르게 하는 프로그램들은 그저 빛, 힐링이었다. 그러다 정말 중국엘 가고 싶어졌다. 차마고도, 실크로드, 윈난성 등도 가봤고, 나름 배낭여행 중렙 이상은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결심은 곧 빠른 실행이 되었다. 중국어? 못한다. 한자? 못 읽는다. 그런데 별로 걱정도 없었다. 요즘은 번역기도 좋고, 만국 공통어인 눈치와 손짓, 발짓 스킬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무엇보다 화병 때문에 시름시름 죽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았다. COVID19니, 팬데믹이니 하는 단어를 모르던 2018년 10월, 그렇게 나는 혼자 중국 여행길에 나섰다. 3개월짜리 단수 비자, 베이징 행 편도 티켓 한 장, 중국 여행 가이드책 한 권, 단출한 캐리어 하나뿐이었고, 목적지도, 계획도, 루트도 아무것도 없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내몽골로 가고 싶어서 후허하오터(呼和浩特) 외에는 정말 목적지가 없었다. 어딘가에서 머물다가 마음에 들면 더 있고, 도착한 곳이 별로면 미련 없이 떠나는 여행. 흘러가는 대로 여행하고, 먹어보고 싶은 건 다 먹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만 오자고 결심했...